[인물파일] 유럽은 '여성 국방장관' 시대

[인물파일] 유럽은 '여성 국방장관' 시대

2017.05.22.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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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1, 2, 3호 여성 인사들에겐 모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남성들이 장악했던 분야, 우리나라의 유리 천장을 깬 사례로 꼽히고 있죠.

군대, 국방은 전통적으로 남성과 연결돼 여성들이 깨기엔 조금 더 어려운 분야인데요.

그런데 지금 유럽의 주요 5개국의 안보는 여성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의 '국방장관'이 모두 여성인 겁니다.

군에 대한 경험이 적은 점도 특징입니다.

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여성 국방장관이 흔한 인선은 아닙니다.

이번 마크롱 대통령이 기용한 실비 굴라르가 역대 두 번째인데요.

정치인 출신인 굴라르는 군대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습니다.

외교 부문의 전문가로, 1990년대 초 독일 통일 과정에서 외교부 관리로 독일과 실무협상을 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요.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의 외교 보좌관'으로 활동했는데, 지난 3월 마크롱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회동을 주선했다고 전해집니다.

독일 역사상 최초 여성 국방장관으로, 지난 2013년 말 취임한 독일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저출산과 싸운 7남매의 엄마'입니다.

이력도 군대와는 무관합니다.

의사 출신이고요. 국방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노동부 장관을 지내면서 세계 최저 수준의 독일의 출산율을 높이려고 고군분투했습니다.

각료 서열 중 가장 높은 서열로 꼽히는 국방장관 자리에 여성인 우르즐라를 앉힌 건 독일 내에서도 파격이었습니다.

현재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이을 차기 총리감으로도 꼽힙니다.

이탈리아에서도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정계에 진출한, 군대 경험이 없는 로베르타 피노티가 2014년부터 국방장관을 맡고 있고요.

스페인의 마리아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 국방장관으로, 스페인의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장관입니다. 역시 군대와는 무관한 외교관 출신입니다.

네덜란드 국방장관인 제닌 헤니스플라스하르트는 5년째 국방장관으로 활약 중이며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꼽힙니다.

지난 2014년 2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선 이렇게 많아진 여성 국방장관의 모습이 생소했던 모양입니다.

알바니아, 네덜란드,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찍힌 장면인데요.

당시 벨기에 크렘 국방장관은 "이 그림에서 빠져줘야겠다."며 5명의 여성 국방장관의 사진을 찍어줬고요.

스웨덴 외무장관이 "진정한 파워걸들(Power girls)"이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렸다고 합니다.

프랑스 굴라르 장관까지 합류하면, 유럽 국방은 '여인천하'라는 말이 더 어색하지 않겠죠.

이렇게 EU 주요국들의 안보가 여성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 건, 국방과 안보에서 '전쟁의 장관'이 아닌 '평화의 장관'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여성 국방장관은 아직 없습니다.

이런 유럽의 변화가 이제 막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기 시작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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