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 합시다" 청와대 메뉴의 정치학

"밥 한 끼 합시다" 청와대 메뉴의 정치학

2017.05.19.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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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먹고 이야기합시다!"

정치인들에게 이 말은 "다 터놓고 이야기하자", 이른바 '식사정치'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또 밥상 메뉴가 무엇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먼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칼국수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청와대 요리사들이 칼국수 맛을 제대로 못 내자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단골집 사장까지 청와대로 초청해 가르치게 했다는데요.

김 전 대통령의 칼국수 사랑은 절약과 청렴, 개혁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물 역할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계탕을 좋아했는데 장관 수석들과의 만남이나 기자들과 간담회도 청와대 근처에 있는 비좁은 삼계탕집에서 하면서 현안의 매듭을 풀곤 했습니다.

삼계탕으로 묘책을 찾은 대통령은 또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광우병 논란이 빚어지자 청와대 춘추관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삼계탕 오찬을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축출한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만났습니다.

그런데 음식은 없었습니다.

찻잔과 물컵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죠.

회동이 끝난 뒤에도 식사하고 가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반면 1년이 흐른 뒤, 박 전 대통령의 표정부터 환하죠.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초청한 오찬에서는 호화메뉴가 등장합니다.

송로버섯, 캐비어 샐러드, 바닷가재, 심지어 멸종 위기에 놓인 상어로 요리한 샥스핀 요리까지.

서민들은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최고급 메뉴의 코스 요리가 나와 구설에 올랐습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 메뉴는 한식입니다.

그런데 깜짝 선물이 있는데요, 김정숙 여사가 건강을 위해 손수 만든 음식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10시간 정도 배춧물에 푹 달인 인삼으로 만든 인삼정과를 내놓을 예정이라는데요.

요리 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 김 여사의 이번 요리 선물이 국회와의 협치에 도움이 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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