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난립..."내년 지방선거 노림수"?

[취재N팩트]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난립..."내년 지방선거 노림수"?

2017.03.15.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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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자유한국당에서 오히려 '대선 주자 풍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당선 가능성을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일까요?

안윤학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막 알아보겠습니다, 안윤학 기자!

먼저 지금까지 누가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또 앞으로 누가 선언을 하게 될지, 정리부터 해보죠.

[기자]
바로 어제였죠.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과 현 경북도지사인 김관용 지사가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예비주자만 9명에 달합니다.

그래픽 보시겠습니다.

가나다 순으로 살펴보죠.

김관용 경북도지사에 김진 상임고문, 김진태 의원, 박판석 전 부대변인,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안상수 의원, 원유철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그리고 조경태 의원입니다.

여기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예고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죠.

대선 출마의 적절성 논란을 떠나, 어찌 됐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현재 원내 교섭단체를 이룬 4당 가운데 최대 다수의 후보군을 확보한 것입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부터 예고한 대로 다산체제가 이뤄진 셈입니다.

[앵커]
사실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사태의 가장 책임이 큰 게 자유한국당 아니겠습니까?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요.

[기자]
사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번 대선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들도 합니다.

철저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김종태 전 의원의 낙마로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자유한국당이 무공천 방침을 정한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하지만 대선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후보 자체를 내지 않는 것은 정권 창출을 목표로 하는 공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다산체제를 강조하며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던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자유한국당 주자들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게 사실 아닙니까?

잇따른 대선 출마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기자]
그나마도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지사를 빼면 지지율 조사에서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후보들이 난립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과 같은 유력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단 출마해서 대선 주자급으로 자신의 몸값을 키워놓으면,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선 이후에 당권 경쟁 등에서 대선 주자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분당 사태로 중량감 있는 의원들이 대거 바른정당으로 간 탓에 인재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번 대선을 통해 차기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와 같은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키워놓자는 전략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역대 이렇게 후보가 난립한 적이 있었습니까?

[기자]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이 그랬습니다.

당시 예비경선, 즉 컷오프 전까지만 해도 김두관, 손학규, 신기남, 유시민, 이해찬,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한명숙 등 9명의 후보가 난립했었죠.

결국, 컷오프와 본 경선을 거치며 정동영 의원으로 최종 후보가 가려지긴 했지만, 아시다시피 이명박 전 대통령에 500만 표 이상 차이라고 패배했습니다.

10년 뒤의 현 자유한국당도 대선 출마가 줄을 잇고 있는데요, 역사는 반복될지, 아니면 반전이 일어날지 그 결과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후보들이 난립하다 보니 후보 검증과 정책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책과 공약이 실종되다 보니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입니다.

또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후보는 사실상 예비경선을 거치지 않도록 한 특례 조항 때문에 경선 시작부터 당내 반발이 일어나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자유한국당 경선이 조금 다른 의미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일정과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일단 내일 예비주자들의 합동연설회가 있습니다.

모레인 17일에는 여론조사만으로 예비경선이 치러지고요, 결과는 토요일인 18일에 발표됩니다.

이미 예비경선을 통해 3명이 추려지는데요.

하지만 홍준표 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곧장 본 경선으로 직행하겠다며 예비경선을 거부했죠.

따라서 예비경선을 거친 3명과 홍 지사, 이 전 최고위원, 그리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출마하게 되면 황 대행까지 최대 6명이 본 경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실 예비경선에서는 누가 우세이고 열세인지, 우위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천심, 그리고 천심이라 일컫는 민심이 중요하다는 말일 텐데요.

민심과 천심을 제대로 읽어내려 하지 않고 향후 정치적 행보만을 위해 우후죽순 대선 출마에만 매달린다면, 유권자들이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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