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 대본 짰다" 북한 주장의 허점들

"남한이 대본 짰다" 북한 주장의 허점들

2017.02.23. 오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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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대본 짰다" 북한 주장의 허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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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이 피살된 지 11일째.

북한 매체가 오늘 김정남 암살 관련해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두 번째 걸쳐 발표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자회견을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인데, 여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여러 '모순점'들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모순은, 김정남 '죽음의 원인'과 관계가 있습니다.

북한은 사건 직후부터 현재까지 김정남의 피살을 '심장 쇼크'에 의한 사망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철 /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지난 20일) : 북한 여권을 지닌 사람이 공항에서 심장마비로 자연사한 사건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오늘도 이어졌죠.

'조선 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을 외교 여권을 갖고 있던 주민의 쇼크사 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김정남 쇼크사' 주장에는 '허점'이 존재합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남한의 음모라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말대로라면 남한이 치밀하게 김정남 사건을 계획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돌발적 성격의 '쇼크사'와는 논리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동우 / YTN 보도국 선임기자 : 북한이 만약에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이번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 지시하고 했다는 것이 거의 드러나고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드러난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조건 현재 상황에서는 잡아떼는 그런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또 하나의 모순점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북한은 현재 이번 사건을 "외교 여권을 가진 공화국 공민이 사망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일반 주민의 사망이라면 북한 당국 차원에서 왜 이렇게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이 사건을 대응 하냐는 의문점이 제기됩니다.

북한대사관은 어제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4시간 만에 대사관 앞에서 취재진을 통해 성명서를 전달했습니다.

보통 입장발표까지 수일이 걸리는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대응입니다.

또한, 실무 단체인 조선 법률가위원회를 통해서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왕선택 /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 조선 법률가위원회는 실체가 모호한 조직이기 때문에요.그렇지만 북한 매체를 동원해서, 북한 주민들이 접촉할 수 있는 이런 식의 반응이라고 하는 것은 (김정남 사건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주장의 세 번째 모순점.

말레이시아 경찰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겁니다.

[김주환 / YTN 정치·안보 전문기자 :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의 발언을 현지 말레이시아 내신기자들하고 이야기를 해 보면 북한을 특정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라고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현지 기자는 간략하게만 보도를 했습니다만 사실 내밀하게 그런 이야기까지 했거든요.]

말레이시아 부총리 또한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가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나집 / 말레이시아 총리 : 우리 경찰과 의사들은 매우 전문적입니다. 그들이 객관성을 갖고 일을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객관성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북한은 오늘 담화문을 통해 왜 북한 주민들만 혐의대상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모순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일반 주민의 사망이라고 주장하고, 남한의 소행이라면서도, 정작 사실을 규명하기 위한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에는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이어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북한, 그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숨기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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