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한겨레를, 한겨레가 TV조선을 인용한다"

"조선일보가 한겨레를, 한겨레가 TV조선을 인용한다"

2016.10.26.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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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조선일보 정치면입니다.

"최 씨 책상엔 매일 청와대 보고서가…"

최순실 씨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인데,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게 아닙니다.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25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라는 대목,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조선일보가 대표적인 진보언론 한겨레신문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 전문이 한겨레가 공개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반대로 한겨레신문 보겠습니다.

"최순실, 민정수석 추천 문건 받아봐" 조선일보 계열의 종편 TV조선의 어제 보도였습니다.

"국가 안보기밀 담긴 문서도 전달돼" 중앙일보 계열의 종편 JTBC의 보도였죠.

TV조선은 '김종 문체부 차관이 최 씨에게 자기 쪽 사람의 이력서를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했고,

JTBC는 '문건을 보면 당시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방안과 함께 스탠스까지 보고한다'라고 보도했다고 상세하게 인용했습니다.

경향신문은 4면에 TV조선 뉴스 화면을 갈무리해 실었습니다.

2014년 11월 서울 신사동의 한 의상실에서 최순실 씨가 대통령 의상을 고르고 있는 영상, 어제 TV조선에서 보도됐죠.

일주일 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옷을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아일보도 최순실 씨 PC 파일에 정부개편안부터 남북 비밀접촉 질문내용까지 국정운영에 관한 방대한 자료가 담겨 있었다고, JTBC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비서관 인사와 김종 차관의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TV조선을, 최 씨에게 서면 보고가 전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겨레를 참고해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JTBC와 한겨레를 인용하고 한겨레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두 신문사는 주요 언론사 중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대척점에서 정반대 논조로 신경전을 벌여왔었죠.

정치 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갈린 우리 언론 지형에서 무척 낯설고 의미 있는 장면인데요.

사실 최순실 씨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은 모두 언론이 함께 풀어나간 퍼즐과 같았습니다.

TV조선이 미르·K스포츠 재단의 수상한 자금 유입 의혹을 파헤쳤고 한겨레가 재단 뒤에 숨은 최순실 씨의 존재를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경향신문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에 삼성이 지원했다는 의혹을 더했고, 정유라 씨에 대한 이화여대 특혜 의혹은 결국 최경희 총장의 사퇴로 이어졌습니다.

펜대의 끝은 '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JTBC가 최순실 씨가 버리고 간 태블릿 PC에서 믿을 수 없게도, 국정 운영 관련 파일을 찾아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난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이 마침내 유례없는 국정농단의 본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있습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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