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개헌 전격 제안'의 추억

돌고 도는 '개헌 전격 제안'의 추억

2016.10.24.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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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철통 보안 속에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제안을 보면서 9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임기를 13개월가량 남겨 놓았던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대국민 담화를 한다고 하더니 개헌이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5년 단임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대통령제를 4년 연임으로 바꾸자"고 전격 제안한 겁니다.

[노무현 / 대통령 (2007년 1월 9일) : 우리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특별히 줄이지 않고 개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20년 만에 한 번밖에 없습니다. 이번을 넘기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유명해진 말 바로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은 이때 나온 겁니다.

당시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은 결코 개헌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개헌보다 어려운 민생 경제를 챙기라"고 촉구했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대통령이 임기 말에 느닷없이 개헌 얘기를 꺼낸다는 건 질책받아 마땅하죠. 왜 하필이면 올해냐, 이거죠.]

그리고 9년가량이 지난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철통 보안 속에 국회 시정연설을 하다 "지금이 개헌 적기"라며 전격적으로 개헌 화두를 던졌습니다.

[박근혜 / 대통령 :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우병우 수석 논란 등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25%로 최저로 떨어진 시점에서 역시 갑자기 이런 제안이 나오자 9년 전 야당처럼 지금의 야당인 민주당도 그렇게 반응했습니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볼멘 반응이었습니다.

지금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블랙홀이라고 해서 반대하더니 이제는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저는 굉장히 놀랐어요. 예전에 아버지가 정권연장을 위해서 3선 개헌할 때 그때 모습이 떠오르는 겁니다.]

9년 전 개헌을 제안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 되면서 결국 개헌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전격 제안한 개헌.

과연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초대형 블랙홀이 되면서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개헌이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개헌 시점에 대한 정치적 논란만 거듭하다 끝나는 소형 블랙홀에 그칠지 상황을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점곤 [ohjumg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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