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가능성 시사한 속셈은?

북한, 비핵화 가능성 시사한 속셈은?

2016.10.23. 오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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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과 대화하는 기회를 활용해 비핵화 협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핵과 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한 만큼 미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비핵화 협상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전략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왕선택 통일외교 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북한의 고위 외교 당국자와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접촉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미 대화로 묘사하면서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측 참석자들은 오래전에 공직에서 은퇴한 민간 전문가들이고, 오바마 행정부와 교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이번 접촉은 트랙2, 즉 민간 차원으로 미국 정부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의미를 평가 절하했습니다.

다만 이번 접촉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언급한 부분은 면밀한 검토 대상입니다.

즉 북한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핵 동결 조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필요하다고 제시한 조건, 즉 비핵화 의지 표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내용입니다.

지난 2013년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비핵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은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완화하고, 한국과 미국 간 갈등 유발을 노린 술책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국이 북한 전략에 속아 넘어가서 북한과의 대화에 당장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나 북한 처지에서 보면 미국과의 대화가 성사되지 않아도 간접적인 비핵화 의지 표명이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핵과 미사일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현재의 제재 국면을 이어가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유리한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제안을 미국이 거부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을 협력 국가로 붙잡아둘 수 있는 논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보는 당분간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YTN 왕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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