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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10] 신냉전(New Cold War) - 협력과 갈등의 쌍곡선
[김주환의 안보이야기-10] 신냉전(New Cold War) - 협력과 갈등의 쌍곡선
Posted : 2016-10-12 17:28
2016년 7월 8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따른 순수한 방어적 목적으로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정상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서는 라트비아에는 캐나다군을,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을, 그리고 베네룩스 3국에는 프랑스와 노르웨이가 각각 대대급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나토의 이러한 동진 확장을 러시아는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나흘 뒤인 7월 12일,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와 남사군도 등에 대해 중국의 지배권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미 CNN 등 세계 유력 언론사들은 남중국해가 세계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와 일본, 대만,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까지 서태평양을 가로질러 중국과의 대립전선도 형성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기자인 에드워드 루카스(Edward Lucas)는 이를 ‘신냉전’(New Cold War· 新冷戰)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냉전 시기는 이념에 따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대 진영으로 나뉘었다. 당시 각 진영은 서로에 대한 침범을 자제한 채 핵무기를 기반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뤘다. 그런데, 신냉전은 국익과 지역전략의 이익을 우선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자 미국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허용했고, 베트남은 10월 2일 미 해군 구축함 '존 S. 매케인'호와 잠수함 지원함 '프랭크 케이블'호의 캄란만 기항을 허용했다. 지난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거쳐 터키 서부 지역까지의 1,100km에 이르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 건설 사업을 러시아와 합의한 것도 이와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냉전은 경쟁과 협력이 혼재된 구도를 갖고 있다. 전략적인 부문에서는 대립하고 있지만,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는 때로는 밀접하기도 하다. 중국식 표현으로 본다면 ‘투이불파’(鬪而不破ㆍ다투면서도 관계 자체를 깨지는 않는다)인 셈이다.

미국과 아태지역 내 미국의 동맹국(한국·일본·필리핀·호주 등)은 동맹 결속을 강화하고 있고, 그 대척점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직후 중국과 러시아는 별도의 정상회담을 통해 ▲ 정치적 신뢰강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협력 ▲국제현안에 대한 긴밀한 협력 ▲ 전략적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이날 회동까지 무려 17차례에 달했다. 신냉전은 역설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숨통을 틔여주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자원 수출 기지가 되고 있고, 중국은 보다 싼값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김주환의 안보이야기-10] 신냉전(New Cold War) - 협력과 갈등의 쌍곡선

G20 정상회이 끝난 9월 15일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Nikolai Patrushev) 러시아 연방 안보회의 서기를 면담한 자리에서 “현 정세에서 중·러 안보협력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말한 '현 정세'란 중국 입장에서 사드배치 결정 등을 포함한 한반도 현안과 남중국해·동중국해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 일본 등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2016년 9월 12일부터 8일 동안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전례 없이 큰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2012년 ‘합동해상’(Jont Sea)이란 이름하에 시작된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훈련은 2015년 지중해에 이어 올해 남중국해에서 실시됨으로써, 양국의 군사협력이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중국과 러시아가 훈련에 돌입한 9월 12일부터 미국은 해병대 등 2만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태평양 괌과 마리아나 제도 부근에서 해상 훈련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2016에 돌입했다. 이 무렵, 인도는 과거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였던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 지역에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브라모스(BrahMos) 100기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인도가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미사일은 사거리 290㎞에 순항속도가 마하 2.8로, 현존하는 순항미사일 가운데 가장 빠르고 파괴력이 강한 무기이다.

신냉전의 이면에는 바로 복고주의(revivalism)가 차지하고 있다. “찬란했던 소비에트 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푸틴. ‘중화민족의 부흥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꿈’’(Chinese Dream)을 주창한 시진핑. ‘제2의 메이지 유신’을 강조하는 아베 신조. 게다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신냉전의 오래 갈 것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내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워싱턴의 그림자’(the shadow of Washington)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중국을 적성국가로 여기는 것이 신냉전의 요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과의 안보 동맹과 중국과의 경제 교류로 안보ㆍ경제 협력체제가 특이하게 분리돼 있는 우리로선 안보ㆍ경제를 진영 체제로 묶어버리는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된다면....

정치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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