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긴급 물량 납품했더니 방산 비리?"

"밤새워 긴급 물량 납품했더니 방산 비리?"

2016.10.01. 오전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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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안보 위협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시작된 방위산업 비리 수사가 업체들을 지나치게 옥죄면서 오히려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군이 K-9 자주포를 긴급 제작하라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열심히 납품했더니, 오히려 비리 의혹을 받아 경찰 수사에, 수십억 부당이득금까지 내게 된 곳이 있습니다.

박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산 기술로 만들어지는 K-9 자주포.

여기 들어가는 이 전원 공급 장치도 우리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입니다.

[이 모 씨 / 방산 하청업체 대표 : 완전히 저희 다 100% 국산 설계로 돼 있습니다. (보시면 뿌뜻하시겠어요?) 20년 전에 이걸 만들었으니까요. 아무도 못 만든다고 했는데 이걸 저희가 개발했으니까요. 시행착오도 많이 했고….]

그런데 지난해 11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모 씨 / 방산 하청업체 대표 : 전 직원들 다 내보내고, 갑자기 6명이 들이닥쳐서 저희 차량 모든 서류, 회계 장부부터 시작해서 생산라인 서류까지 몽땅 실어 갔거든요. 봉고차로 2대 분량이니까요.]

회사가 방산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게 된 겁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0년 11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 김정은의 포격 도발로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우리 군과 주민들의 무고한 희생이 이어졌고, 군은 대응사격 등을 위해, 주력 포격 무기인 K-9자주포 생산량을 급히 늘려야 했습니다.

물론 이 회사에도 부품을 추가 생산하라는 주문이 떨어졌습니다.

추가 생산량은 50여 대.

기존 1년 생산량의 1.5배를, 정부가 정해진 기한까지 무조건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이 모 씨 / 방산 하청업체 대표 : 국가 전력화 사업에 추가 더 발주 나오니까 이걸 언제까지 납품하라. 납품할 수 있겠느냐. 국가 시책인데 우리 안 한다, 못합니다. 이렇게 할 회사가 과연 몇 군데가 있겠습니까.]

전 직원이 총동원돼 밤샘 근무까지 불사하며 비상 가동에 들어갔고, 자연히 부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소보다 단축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이것이 사기라는 겁니다.

평소에도, 긴급 물량을 만들 때처럼,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인건비를 더 받아 내려고 일부러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속였다는 것이 경찰이 적용한 혐의였습니다.

[이 모 씨 / 방산 하청업체 대표 : 이렇게 노력해도 순수하게 노력한 것을 피의자로 생각하면 이렇게 국가에 충성할 필요가 노력할 필요가 있나. 어떻게 하면 해외에 팔아야 한다. 해외에 기술 다 팔고, 다 정리하고 훌훌 산속으로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 지쳤습니다, 저도.]

이젠, 현명한 사업가라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국가를 지키고 있는, 우리 방위 산업이 처한 현 주소입니다.

YTN 박조은[joeun@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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