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 6년간 76명 비슷한 선택"

"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 6년간 76명 비슷한 선택"

2016.08.26. 오후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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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 6년간 76명 비슷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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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인원 롯데 부회장, 6년간 76명 비슷한 선택”

- 故 이인원 부회장, 롯데 상징적 인물
- 후계 구도 이미 정해져 신격호 사람이 신동빈쪽 간 것
- 지난 6년 동안 76명이 비슷한 극단적 선택
- 신격호 수치에 밝아 정책본부에 근거 남기지 않았을 것
- 외과 수술 환자 살리기 위해 하듯, 기업 수술도 살리기 위해 해야
- 전 근대적 가족 경영 롯데, 자업자득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26일 (금요일)
■ 대담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 (서울신문 산업부장 출신)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롯데 그룹 내 2인자로 평가받은 이인원 부회장, 당초 오늘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요. 갑작스럽게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이 큰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앞으로 오너 소환 등 수사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한편 유서에는, '신동빈은 훌륭한 사람이다.'란 내용과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재벌정책연구원 홍성추 원장 연결해서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말씀 들어보죠. 안녕하세요?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이하 홍성추)>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인원 부회장, 롯데 총수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직위에 있던 인물이라고요, 리틀 신격호라 불리기도 했다고 하고, 내부 사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겠어요?

◆ 홍성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인원 부회장은 사실상 롯데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이 분이 43년 동안 롯데에 근무했는데요. 지금 500대 상장기업 CEO 중에서 20년 동안 우리 국내에서 현재 가장 오래 한 CEO입니다. 그렇기에 롯데에서 이분은 학력도 경영학이나 이런 것을 전공하지 않고 일본어를 전공했습니다. 그 당시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왔을 때 한국에 사업을 하면서 의사 결정이나 의사소통은 일본어로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분은 처음부터 신격호 회장 눈에 들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롯데 호텔, 롯데 호텔로 입사했다가 롯데 쇼핑에 가서 제1위 유통기업으로 만든, 숨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영일> 40년 넘게 롯데 성장을 함께 했고요. 신격호 회장의 측근이었을 테니 리틀 신격호이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유서를 보면 신동빈 회장이 훌륭한 사람이다, 이런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져서 신동빈 회장 편으로 돌아선 이유가 있을까요?

◆ 홍성추> 거기에 대해 작년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인원 부회장이 사실상 전문 경영인들을 이끌고 신동빈 회장 편을 들었던 것 아닙니까? 그것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신격호 회장을 배신하고 신동빈 회장에게 가지 않았나, 사실상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 회장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데 왜 그렇게 되었나, 결론은 그 전에 이미 신동빈 회장으로 이미 경영권이나 총수, 다음 후계자는 정해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정해졌는데 나중에 신동주 부회장이 정해진 것을 엎으려고 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이인원 부회장이 이건 이미 정해진 것이다, 안 된다고 해서 결론은 신격호 회장 사람이 아니라 신동빈 사장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나와 있지만 사실상 그 후계구도가 정해진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을 둘러싸는, 이런 차원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영일> 배신을 하고 진영을 옮겼다고 하기보다는, 여전히 신격호의 사람인데, 대세를 인정하는 상황이었다고 보시는 군요?

◆ 홍성추> 네.

◇ 최영일> 이 부회장이 오늘 아침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유서 한 장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인데요. 왜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보십니까?

◆ 홍성추> 이 부분에 대해 왈가왈부 많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 일본식 경영을 하기 때문에 사무라이 식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고요. 그러나 이인원 부회장은 상당히 심성이 여린 분입니다. 그리고 청렴한 분으로 소문나있고요. 롯데에서 따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문 경영인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이인원 부회장을 많이 따랐습니다. 상징적인 인물이고 자기가 오늘 검찰에 불려가게 되어있지 않았습니까? 1년 전부터 형제간 갈등도, 검찰 수사, 롯데 이미지 상당히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상당히 괴로워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책임을 져야겠다는 그런 차원에서 하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 최영일> 책임을 지는 차원이었다. 주요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전후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과거에도 있었잖아요. 주로 어떤 경우가 있었죠?

◆ 홍성추> 많았습니다. 6년 동안 76명이 그런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계시고요.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 현대 그룹의 정몽헌 회장, 부산 시장을 지낸 안상영 시장, 국정원 차장을 했던 이수일 차장, 이런 분들이 대표적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거나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자살을 했거든요. 그런 분들 대부분 자기가 책임을 지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독한 사람이 있는 것 같고, 어떤 분은 상당히 여린 분이 있는 것 같아요.

◇ 최영일> 6년 동안 76명이 이런 유사한 선택을 했다면 상당히 복잡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 않겠나 싶은데요. 신동빈 회장은 출근 직후 보고를 받고는, 거의 말을 잇지 못한 채 애통해했던 걸로 전해집니다. 지금 신동빈 회장이 받은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 홍성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왜냐면, 어쩌면 이인원 부회장이 사실상 이번 수사에, 물론 신 씨 일가, 오너들이 소환되어가는 정점에 이르겠지만, 사법 처리는 누가 되느냐, 누군가는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거든요. 그러기에 어쩌면 이인원 부회장이 총대를 멜 수 있는 위치였는데, 이번에 그렇게 되면서 어쩌면 전체적 틀이 바뀌지 않을까, 나름대로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 그룹에서 상당히 직원들에게 신망을 받던 분이 또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니 롯데 그룹 내에서의 충격은 우리가 생각 하는 것 이상일 겁니다. 어쩌면 이것이 수사 방향이 틀어지거나 수사의 좋은 방향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 어쩌면 롯데 그룹에서는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최영일> 유서에서는,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아직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발췌해서요.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끝까지 신 회장을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하세요?

◆ 홍성추> 그러니까 롯데 그룹이 한국에 있는 일반 기업과는 다릅니다. 왜냐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일본식 경영을 그대로 답습한 거거든요. 총수가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만들거나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기업 경영상 비자금이 필요하기에 경영 차원에서는 있겠고요. 만약 총수가 비자금을 원하거나 비자금을 만들라고 지시를 했다면, 그러면 문제가 커질 수 있죠. 그러나 일본에서 경영을 한 신격호 총괄 회장의 성격상 비자금을 만들라고까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기는 비자금은 없다고 자신 있게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느껴지고요. 그러나 기업 경영상 필요한 일정 부분 비자금은 만들어졌을 거라고 보고요. 과연 그것은 어떻게 되느냐, 문제는 이때까지 그룹 경영과 무관하게 오너 일가들이 급여를 많이 받았다든가, 일감을 몰아주거나, 이런 쪽의 범법이나 탈법이 있었는지, 이런 부분은 별도로 봐야겠죠.

◇ 최영일> 말씀하신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검찰은 당초 수사 명분으로 내걸었던 정책본부 차원의 오너 비자금 조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오늘 소환 조사가 중요했다고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것, 사실일까요?

◆ 홍성추> 그러니까 거기서 신격호 회장은 아주 기억력이 좋으신 분입니다. 특히 수치에 밝습니다. 그래서 근거를 남기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고요. 정책본부, 다시 말해 비서실에서 그런 것을 지시해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일본식 경영이라면. 그러면 계열사가 필요에 의한 비자금 같은 것은 있었는지, 그것은 별도입니다. 그러니까 정책본부장을 역임했던 이인원 부회장이 롯데 그룹에 비자금은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않았나, 이렇게 판단합니다.

◇ 최영일> 그러면 결과적으로 핵심 조사 대상이 숨졌으니까 검찰 조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짚어주셨는데요. 앞으로 검찰 수사, 어떻게 될까요? 또 롯데 그룹 비리 수사가 이례적으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면서 속도를 냈는데, 기업 죽이기 아니냐, 이런 표적 수사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홍성추> 이번에 롯데 그룹이 지난 6월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 수색을 하고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습니까? 엄청난 수사 인력이 투입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정점을 향해 거의 다다른 겁니다. 총수 일가, 총수를 소환하고 그에 대해 범법 행위가 있으면 기소를 하든가 구속 영장을 내든가 할 텐데 아직 오기 직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 그때 당시 수사할 때도, 환자가 외과 수술을 한다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을 하는 것 아닙니까? 기업을 살리기 위해 수사를 해야 하거든요. 기업을 죽이면, 그 수사는, 사실 기업 수사로서 안 되는 거거든요. 이번 사태도 어느 환부를 도려내서 꿰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수사를 보면 전부 해부를 해서 거기에 무슨 병이, 잘못된 것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들여다보는 식이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밖에서 말도 많은 것이고요. 그러다가 환자가 죽으면 그건 수술을 하나 마나 이거든요.

◇ 최영일> 또 어떤 면에서는 이게 전근대적인 가족 경영을 해오다가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 경영권 분쟁에서 그간 복잡하고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가 많이 드러나고, 어떤 면에서는 자업자득 아니냐, 이런 말도 들려옵니다.

◆ 홍성추> 이것은 자업자득이 맞습니다. 왜냐면 지금 10대 그룹 중 창업주가 살아있는 유일한 곳이 롯데그룹입니다. 다른 곳은 대부분 창업 회장이 돌아가셨는데요. 그런데 2세, 3세들은 창업 회장이 일군 사업을 하면서 두 아들이 결국 경영권을 가지고 싸운 거거든요. 얼마나 볼썽사나웠습니까. 창업 회장이면 얼마나 어렵게 일본에 가서 돈을 벌고 한국에서 일구었겠습니까, 그런데 거기에서 이 재산을, 이 회장을 내가 해야 하면서 이렇게 하면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어떻겠습니까? 계속 소송을 제기하고.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아주 나빠진 것 아닙니까? 그렇기에 결국 수사까지고 이어지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최영일> 그런 면이 있는 것 같고요. 아까 검찰 수사도 환부를 도려내고 기업을 살려야 하는데 너무 마구잡이로 하면 기업이 죽는 것 아니냐, 과거 포스코 수사에서도 그런 면이 나타난 것 같고요. 원장님, 다음에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재벌가 연구를 많이 하시니까요. 구조적인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다음에 연결해서 전반적인 부분 짚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홍성추>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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