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생도 뽑는데 '너희 부모님 뭐 하시니?'

사관 생도 뽑는데 '너희 부모님 뭐 하시니?'

2016.08.25.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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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규 / 정치부 기자

[앵커]
핵심적인 문제가 두 가지 같아요. 과거에 여성 지원자에게, 육군 3사관학교가 과거의 산부인과 시술 기록을 요구한 것과 지나치게 가정 환경 설문 내용. 이런 것 같은데. 내년부터 고쳐나가겠다고 했는데 당장 올해부터 이걸 고쳐야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게 해야 되는 게 마땅할 텐데요. 아쉽도 이번 시험 전형이 바로 어제 마감이 되었습니다. 모두 끝났고요. 지금 지원자들은 그래서 10월 28일이 최종 결과 발표인데 최종 결과 발표만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 군의 해명도 나오기는 했습니다마는 왜 유독 여성 지원자들에게만 이렇게 산부인과 기록을 내라고 하는 건가요?

[기자]
군 해명에 따르면 임신을 하거나 혹은 자궁질환이 심각할 경우에 훈련을 받거나 혹은 생도생활, 군 생활 자체가 힘들지 않느냐 이 부분 때문에 관련 검진 기록을 제출해야 된다고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앞으로도 이게 논란이 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남녀를 떠나서 군에 지원하는 모든 장병들은 병사용 진단서라는 것을 제출하게 돼 있거든요.

병사용 진단서를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지원자가 군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신체를 갖고 있는지 그걸 판단한 일종에 소견서입니다.

유독 여성에게만 산부인과 관련 검진 기록을 추가로 첨부해라라고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좀 성차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고요.

그래서 저와 함께 취재를 같이 했던 군 인권센터도 오늘 YTN 보도가 나간 직후에 저희 보도 내용과 관련 입학전형 자료를 취합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앵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육군3사관학교만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경찰 학교도 있고.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는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육해군 각군 사관학교 역시 여성지원자들에게 산부인과 검진기록을 요구하고 있기는 합니다. 앞서 설명을 드렸듯이 여성의 경우 임신을 했을 경우에 훈련의 받기 힘들다는 신체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감안한 조치인데요. 다만 육군 3사관학교처럼 과거의 수술 기록이라든가 이런 것까지는 요구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그리고 최종 면접에 활용되는 설문지도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제가 직접 가지고 나와 봤습니다. 제목이 건강생활설문지입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첫 질문부터 그런데요. 생도 본인보다는 아마 가정형편 그런 것들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첫 질문을 보면 달동네가 유흥업소 밀집지역 및 우범지역 등에서 살고 있지 않느냐, 이걸 묻고 있고요.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을 보면 부모님의 학력에 대해서 묻고 있습니다.

[앵커]
설문 내용이 그래픽으로 준비돼 있을 텐데요.

[기자]
네. 준비를 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부모님의 학력을 묻고 있는데 중학교 졸업을 하지 못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묻고 있고요.

네 번째 질문 다소 엉뚱합니다.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월 수입이 얼마냐. 특정 수치까지 제시를 했어요. 월 200만 원 이상 버느냐, 못 버느냐.

이렇게 질문을 하고 있어서 최근 보면 일선 학교에 있어서 사실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가정방문 등 이런 것을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반 민간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역시 가정환경이나 혹은 부모님의 배경 이런 것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유독 우리 군만 아직 과거의 그런 관습 때문인지 이런 과격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 설문지 답변에 총점을 매겨서 제출하게 돼 있습니까?

[기자]
이것도 약간 논란거리인데요. 보시면 각각 질문을 한 곳마다 그렇다, 애매하다, 아니다, 이렇게 답변을 하도록 유도를 하고 있고 그렇다는 1점, 애매하다는 0.5점, 아니다는 0점 이렇게 배점이 돼 있습니다.

전체 70개 항목이기 때문에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총점 70점을 받게 되는 것이고요.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 질문 항목 전체가 약간 부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7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학생일수록 약간 문제가 있는 학생 아니냐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그 학생을 바라보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많은 지원자들을 면접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개별 질문들을 모두 보지는 못할 거고 아마 총점에 적힌 이 두 자리 숫자 이걸 보고 학생들을 판단하게 될 우려가 높습니다.

[앵커]
이 부분도 시정할 생각이 있다는 겁니까?

[기자]
군이 오늘 입장자료를 냈는데요. 앞으로 이런 인권침해적인 요소 이런 것들을 개선해 나가겠다 이렇게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앵커]
당장 이번 시험 전형에서도 이런 설문지 점수라든지 아니면 산부인과 수술 기록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생도들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생도 입장에서는 어떤 서류를 낼 때 당락이 달려있기 때문에 굉장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어떻게 자신의 당락에 미치게 될까 생각하면서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과도 나중에 후속보도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강정규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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