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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환의 안보이야기-7] 우리에게 친해(親海) 정서는 있는가?
    [김주환의 안보이야기-7] 우리에게 친해(親海) 정서는 있는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년 전인 1591년 3월, 일본의 실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당시 근대 문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일본의 귀족 자제들을 만났다. 일본 최초의 유럽사절단이었던 ‘덴쇼소년사절단’(天正遣欧少年使節)이었다. 앞서 사절단은 1582년 2월 나가사키에서 출발해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를 거쳐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를 시찰한 뒤에 1590년 7월 귀국했다.

    8년간의 유럽 여행 중 이들은 이베리아 반도의 유일한 지배자였던 펠리페 2세,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 등을 알현했다. 이 시기는 대항해 시대가 열렸던 때였다. 당시까지 각 대륙을 갈라놓은 장벽 역할을 했던 바다는 어느덧 문명권들이 서로 만나는 소통로가 되었다. 해로를 이용하여 세계가 상호 조우하면서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그 네트워크 속에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파악했음은 물론이다. 

    [김주환의 안보이야기-7] 우리에게 친해(親海) 정서는 있는가?

    (▲ 1586년 독일 아우스부르크에서 인쇄된 덴쇼 소년사절단의 모습)

    사절단원은 히데요시 앞에 최초의 근대적 지도로 알려진 오르텔리우스(Abraham Ortelius)가 제작한 '세계지도'를 펼쳐 놓았다. 이 지도를 본 히데요시와 다이묘(지방의 번주)들은 지도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표시돼 있지 않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때 히데요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바다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 놀랍게도 당시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았던 스페인과 연합하여 명나라와 인도, 캄보디아 등을 공략할 생각을 한다. 이 연합이 실패하고 시작된 전쟁이 바로 임진왜란이었다. 하지만 바다의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야심은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꺾이고 만다. 그 후,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을 일으킬 때까지 3백여 년 동안 해양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출처: Lincoln Paine, The Sea and Civilization: A Maritime History of the World, 2013)

    일본의 해양진출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면((三面)이 바다인 천혜의 해양 국가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수백 년 동안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 초·중·고 교과서 전체를 통해서도 해양의식을 직접다룬 단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학생들에게 해안가의 어촌은 열악한 환경을 가진 아름다운 곳이라는 단순한 문학적 이미지만을 심어주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임을 강조하면서도 바다가 하나의 교류와 교역의 장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무한한 자원의 보고라는 인식을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친해정서’(親海情緖)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감히 반문하고 싶다.

    그나마 21세기 들어 연안에서 대양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첫 결실이 바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다. 지난 2015년 10월 16일 오전 7시.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올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으로 벅찬 순간이었다. 제주해군기지는 일본·중국의 해양 군사력에 맞서 남방 해역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즉, 우리의 생명선을 지키는 대한민국  해군의 정박 기지(harboring base)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요충지가 자리 잡은 대부분 섬은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태평양에서는 하와이나 괌이, 인도양에서는 아덴만 입구의 소코트라(Socotra) 섬이 대표적이다. 천혜의 날씨 덕분에 관광지가 되었고, 지정학적 이유로 군사적 거점이 되었다. 하와이의 경우 관광 관련 수익이 24%, 군 관련 수익이 20% 가량이다. 진주만 해군기지가 하와이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괌도 그렇다. ‘창의 촉’(tip of the spear)으로 불리는 괌은 아태지역의 전략적 거점이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괌의 관광 상품 중에는 앤더슨 공군기지가 위치한 북부 비치(Northern Beaches)도 투어도 포함시킬 정도로 군사기지 주변을 관광 사업화하고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소코트라 섬 역시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지난 2008년 세계자연유산이 됐지만, 미국은 2009년부터 이 섬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인도양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제주 해군기지도 바로 이러한 복합적 목적을 가진 항구이다. 오는  2020년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은 7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크루즈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터미널이 개항하면 15만 톤 초대형 크루즈 2척의 동시 접안이 가능해 연간 크루즈 관광객 160만 명이 제주도를 찾을 수 있다. 해군기지 크루즈항은 중국 최대 모항인 상해를 기준으로 할 때 지리적으로 제주항보다 28km 가깝다. 상해에서 20시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해 한·중·일 크루즈 항로의 중심이 될 것이다. 

    "정치적 통찰력이란 역사의 먼 발굽소리를 듣는 능력을 말한다" 철혈재상으로 불렸던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이다. 해마다 5월 31일이 ‘바다의 날’이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날이다. 바다의 중요성이 다시금 중요해지는 시기라 몇 자 적어봤다.

    정치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김주환의 안보이야기-7] 우리에게 친해(親海) 정서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