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 행사하려다 '절망'하는 장애인들

소중한 한 표 행사하려다 '절망'하는 장애인들

2016.04.12.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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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거날 소중한 한 표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YTN 취재 결과 투표소 상당수는 시설이 미흡해 장애인의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에 있는 한 경로당.

내일로 다가온 선거일에 투표소가 마련되는 곳입니다.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진입을 시도해 보지만 입구부터 가로막힙니다.

계단 2칸, 비장애인이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문턱이 어떤 장애인들에겐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이재훈 / 서울시 편의시설 설치 시민촉진단원 : 권리 한 표를 행사하러 왔는데 입구에서부터 못 들어가면 장애인은 투표하지 말라고밖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투표소가 2층에 있는데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결과, 이처럼 진입이 어려운 투표소는 서울이 124곳, 경기도 54곳, 부산과 대구가 16곳 등입니다.

1층에 있지 않은 전국 투표소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16.5%에 이르고, 전국의 투표소 열 곳 가운데 한 곳은 장애인 통로를 갖추지 않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유도 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투표소는 무려 60%가 넘습니다.

선관위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해 1층에도 임시 기표소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 투표 참관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 때문에 부정의 소지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선거관리위에서 지침이 내려졌고 저희는 지침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투표함까지 1층에 마련된 것은 아니어서 비밀 투표가 제대로 보장될지 우려가 남습니다.

[박 현 / 뇌병변 1급 장애인 : 누가 가지고 올라가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20대 총선 전체 유권자 가운데 장애인은 5.7%가량인 200여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장애인에 대한 아쉬운 배려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축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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