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배급망 붕괴...장마당 4백여 곳

북한 배급망 붕괴...장마당 4백여 곳

2015.07.05. 오전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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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생존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파는 시장인 '장마당'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북한 전역에 4백여 곳이나 된다는데, 문제는 이러한 장마당이 늘어갈수록 김정은 체제의 이완이 가속화된다는 점입니다.

김주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북한 전역에서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후 북한 당국은 2002년 원자재와 생필품을 각 지방 실정에 맞게 자체 조달하도록 지시합니다.

이른바 '7·1 경제조치'입니다.

그 때부터 북한 주민들의 생계수단으로 자리 잡은 게 바로 '장마당'이라는 시장입니다.

북한 전체 주민의 80~90%가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값싼 물건을 사다가 높은 가격에 팔아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른바 '붉은 자본가'들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이 급속히 확산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에서 배급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무려 2배나 증가해 북한 전역에 4백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국에 의한 공적 경제가 아니라 장마당을 통한 사적 경제가 북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라는 사적 경제영역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걷히지 않다 보니 북한 당국의 재정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같이 개혁을 통한 민간 분야의 활력 증대, 세수 증가, 정부 재정으로 사회 인프라 확충, 민간분야 생산성 향상,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 증가와 같은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지 못한 겁니다.

오히려 북한은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정부 재정의 상시적 압박, 화폐발행 증대를 통한 재정 보완, 악화되는 인플레이션, 민간분야의 활력 저하와 같은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 같은 북한 관료그룹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마원춘은 부족한 재원 때문에 평양 순안공항 청사 내부공사를 제대로 못해 지난 2014년 12월 숙청됐습니다.

사실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북한 주민들은 '충성 가치'가 가장 우선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물질의 가치'를 알게 됐고,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김정은 체제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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