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살해 혐의 탈영병 체포...관심병사 제도 '유명무실'

모친 살해 혐의 탈영병 체포...관심병사 제도 '유명무실'

2015.01.28. 오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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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휴가를 나왔던 군인이 복귀하는 날 어머니를 살해하고 불을 지른 뒤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탈영병은 어젯밤, 범행 닷새 만에 붙잡혔습니다.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를 쓴 것으로 덜미가 잡힌 건데요.

모친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군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 탈영병이 자신의 모친을 살해한 만큼 먼저, 가정에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 있었던 문제가 군 생활에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일단 100% 가정불화가 원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고요. 그런데 다만 지금 우리가 걱정할 것이 혹시라도 이런 부분이 이 병사가 군대에 가 있음으로서 더 증폭된 것은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다..."

탈영병 강 씨는 A급 관심병사였습니다.

군대에서는 관심병사가 A, B, C 급으로 나뉘는데요.

강 씨에 해당하는 A급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대상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자살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굉장히 심각한 우려 대상입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분류와 관리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병사들이 군대 내에서 생활하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관련 문서를 관리하는) 행정대원이 또다른 동료병사이기 때문에 그 병사가 보고 결국은 나중에 이야기 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알게 되면 관심병사라는 자체가 뭔가 좀 열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든지 열등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든지 또는 열등한 집안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내포하기 때문에 관심병사로 지정됐다는 것 자체가 병사들에게는 상당히 스트레스가 되는 것..."

관심병사라는 것을 알게 된 동료 병사들이 어딘가 열등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기 쉽기 때문에 어울리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또한 상담을 위해 근무를 빠지게 되는 상황 등도 다른 병사들이 불만을 갖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심병사 문제, 결코 이번 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임병장 사건' 이 있었죠.

총기 난사로 동료 5명을 숨지게 한 임병장 역시 B급 관심병사였습니다.

8월과 9월에는 관심병사가 자택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요, 또 10월에는 B급 관심병사가 자신의 옆구리 총을 쏴서 자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관심병사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이유, 군대에서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가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인터뷰: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병사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덜어주기 위해서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관들이 작년 기준으로 봤을 때 한 250명 정도 되고요, 전군에 합쳐서. 60만명을 250명이 대응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거의 1인당 2400여 명 정도를 상대를 해야 되는데 사실상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고 이렇게 파악된 인원들에 대해서 그린캠프라든가 교육을 통해서 인원들을 군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실제 프로그램 운영이 사실상 잘 되고 있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 뿐만 아니라, 해당 탈영병이 속해 있는 부대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해당 부대에서 똑같은 류의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뭐냐하면 같은 시기에 휴가를 나갔던 이병이 휴가를 복귀하지 않고 자살했던, 이 부대와 같은 부대였습니다."

자살한 이병도 탈영병과 같은 A급 관심병사라고 전해지는데요.

이런 정황들을 보아 부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병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었던 건지 철저한 조사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탈영병 강 씨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범행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체포 당시 발견된 수첩에서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내용과 함께 자살을 암시한 글이 발견된 상황입니다.

탈영병 강 씨, 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할 수 밖에 없었는지 경찰의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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