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1주년...김정은 주위엔 누가 남았나?

장성택 처형 1주년...김정은 주위엔 누가 남았나?

2014.12.12. 오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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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뷰:조선중앙TV(지난해 12월)]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규탄 하면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었다."

1년 전 오늘,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이자 북한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때로 부침을 겪었지만 40여 년간 막강한 위상을 과시하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공식 직함만 8개이던 그는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로 찍혀 하루아침에 인간쓰레기로 전락했습니다.

[인터뷰:조선중앙TV(지난해 12월)]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장성택은 당과 수령으로부터 받아 안은 하늘 같은 믿음과 뜨거운 육친적 사랑을 배신하고 천인공노할 반역행위를 감행하였다."

[인터뷰:박창길, 평양 시민(지난해 12월)]
"어디 그따위 놈이 당과 수령의 영도권을 빼앗겠다고 그렇게 피눈이 돼서 날뛰었단 말입니까? 그리고 또 인민 생활에 준 피해는 얼마나 막대합니까? 정말이지 그놈은 제 갈 길을 갔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오늘 북한은 장성택 숙청 1주기에 대해 침묵한 채 김정은 체제 선전에 몰두했습니다.

오늘은 2년 전 인공위성(광명성)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킨 날이라면서 김정은 성과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2인자의 비참한 몰락과 더불어 시작된 숙청의 회오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최근에는 김영춘 당군사부장이 밀려나고 거기에 오일중이 복귀하고 또, 공군사령관이던 리병철 대장을 지금 당중앙위원회 민방위 부장으로 복귀시키고 이런 걸 보면 아직도 세대교체도 진행되면서 장성택 흔적 지우기도 진행되기 때문에 북한의 권력은 적어도 앞으로 1년여간은 장성택 계열을 놓고 계속 요동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장성택 계열뿐 아니라 아버지 시대 실세들도 내쳤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운구차를 수행한 7명 가운데 장성택을 비롯해 이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 등 군·당·정 핵심 인사 5명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인터뷰:김광진, 전 장성택 직속 부하]
"이영호 총참모장이었죠. 김정일이 생존해있을 때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후계를 공식화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김정은을 앉힌 거죠. 그때 같이 앉힌 사람입니다. 이영호를. 방패막이가 돼라. 후계를 받들어라. 이렇게 했는데 결국은 맨 먼저 날아갔죠."

이렇다 보니 '운구차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하지만 대표적 '중국통'이었던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교류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인터뷰: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장성택이야말로 북한과 중국을 이어주는 제1인자였죠. 또 중국에 갔을 때도 완전히 수령급, 대통령급 대우를 해 주지 않았습니까. 당시 시진핑 주석이 10년 대국을 이끌면서 축포를 해 줘도 모자를 마당에 핵실험을 하면서 완전히 시진핑을 깔아뭉개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나서 장성택을 처형한 거죠. 그러니까 시진핑 입장은 어떻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랑 단절을 하려고 하는구나. 우리 알기를 뭐로 아느냐. 중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고 그거 때문에 아직까지도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 복원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죠."

북한은 오는 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3년상 탈상'이라는 중요한 행사지만 북한은 아직 중국에 공식적인 행사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고, 중국 역시 방북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원한 우방일 줄 알았던 중국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주위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요?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란 면에서 김정일 시대 김경희와 비교되는 김여정의 부상이 두드러집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김여정을 우리의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이라고 공개했습니다.

김여정은 고모 김경희의 공백을 메우면서 체제 선전의 일선에서 김정은의 우상화와 주민 결속을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여정은 남동생이면 모르겠는데 여동생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오빠 이건 아닙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김여정일 것 같습니다."

'백두혈통' 김여정에 이어 최고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은 바로 '빨치산 2세' 최룡해 당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김정은의 첫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지난달 18일엔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또 지난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인천을 방문해 정홍원 총리를 만나기도 했죠.

당시 최룡해는 황병서에 밀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정홍원 총리와의 만남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방하며 적극 나섰고 최룡해 역시 황병서에게 상석을 내주며 깍듯이 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룡해가 황병서보다 실제 권력 서열이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황병서는 최룡해를 밀어내고 총정치국장에 올라왔습니다마는 군이나 이런 데서 지금 환영을 못 받고 있고 저 사람은 단지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의 집사 노릇을 한 그런 경력으로 지금 총정치국장에 올라온 겁니다. 그래서 지금 최룡해 뒤에 군 총정치국장 군 서열 1위로 들어왔는데 절대적으로 지금 군인들이 황병서를 불신하고 있습니다. 황병서는 아마 1년 안에 다시 밀려날 가능성이 높고. 역시 최룡해가 다시 총정치국장으로 롤백할 가능성이 높고..."

김정은의 유일 영도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두 기둥은 최룡해와 김여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즉, 김정은이 빨치산계와 백두혈통으로 자신의 권력 기반을 더욱 강화해나갈 거란 전망입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1년, 최룡해와 김여정이 김정은 집권 4년 차인 2015년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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