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외유에 보고서는 베끼고...

흥청망청 외유에 보고서는 베끼고...

2014.10.22.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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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을 때 일부 공무원들은 한 명에 수백만 원이나 드는 해외 여행을 연수 핑계로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녀와서는 기행문 수준의 연수 보고서를 냈는데요.

정부는 이런 별 성과없는 단기 해외 연수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만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 공무원 5명은 지난 4월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해외배낭연수를 떠납니다.

9박 10일 일정이었는데, 파리 에펠탑과 베르사이유 궁전, 로마의 콜로세움 등을 거치는 사실상 관광 일정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 아예 세계적 휴양지인 하와이로 연수를 간 경우도 있습니다.

4월 17일에 떠나서 23일까지 하와이 국립공원과 진주만, 와이키키 주변 시내를 둘러봤습니다.

회계와 자치행정, 기후대기과 직원들이 다녀온 보고서에는 해외 시찰을 했다고 돼 있습니다.

[인터뷰:배낭연수 경기도 관계자]
"하와이의 문화적 특성하고 하와이에 사는 원주민들이 사는 방법하고 그런 것을 보기 위해 다녀왔던 것이죠."

이렇게 지방공무원들이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는 대부분 인터넷을 뒤적여 짜깁기한 기행문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 보고서에는 프랑스를 술과 패션, 낭만의 나라로 표현했는데 인터넷을 베끼는 과정에서 예술을 술로 잘못 적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안전행정부 관계자]
"기본적으로 자기 여행에 대한 보고서인데, 그걸 베낀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경기도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직후 인천과 울산 등에서는 많게는 수천만 원씩 들여 외유성 연수를 떠났습니다.

외유성 연수와 공무상 출장을 포함한 공무원들의 국외 여행은 지난 2012년 2만 9천명에서 지난해에는 3만 6천명까지 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올해는 조금 줄었다지만 여전히 만 명을 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안전행정부 관계자]
"기본적으로 지자체 배낭여행 연수는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물론 지자체별로 예산이나 인원은 파악이 안되고 있지만요."

아시안게임으로 재정적자가 심각하다는 인천에서도 올해만 3백명 넘게 해외로 떠났습니다.

[인터뷰: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지방공무원들의 해외 체험은 꼭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목적과 다른 해외체험이 많아서 여기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을 격려하겠다는 것까지야 나무랄 일 없지만, 공무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막무가내식 해외여행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YTN 이만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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