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창극 총리 후보자 기자회견

[전문] 문창극 총리 후보자 기자회견

2014.06.24. 오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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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신 총리실 동료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시는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의 젊은 시절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보는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마한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는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입니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청문회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입니다.

진실보도입니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의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진실 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습니다.

신앙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입니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됩니까?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겁니까?

마지막 드릴 말씀은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습니다.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 데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문남규, 남명 남자 별 규자,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님 문기석, 터 기자, 주석 석자.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사실 우리 당시 민족 가운데 만세를 부르지 않은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돌아가셨다 그랬기 때문에 아, 참 저도 그런 당당한 조상을 모시는 분이구나, 모신 사람이구나.

저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제 가족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검증 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봤습니다.

뜻밖에 저의 할아버님이 평북 삭주에서 항일 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 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의 자녀들도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 삭주, 이렇게 쳐 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실려있는 1921년 상해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신문을 찾아보십시오.

이건 언론재단에 원본이 다 보관되어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 않고 조용하게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이미 제가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 다른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와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 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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