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 원 '외자' 유치 레고랜드?...'외상' 공사 시작

천억 원 '외자' 유치 레고랜드?...'외상' 공사 시작

2017.04.24. 오전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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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천억 원이 넘는 외국 자본을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사업이 있습니다.

어린이 블록 완구 '레고(LEGO)'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레고랜드인데요.

횡령과 뇌물, 사업비 부족으로 2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공사는 이제 외상으로 시작해야 할 처지라고 합니다.

지 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4년 11월, 강원도 춘천 의암호에서는 레고랜드 기공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에 어린이 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으로 천억 원 외자 유치에 총 사업비 5천억 원 규모라고 정부와 지자체는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2년 5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레고랜드는 착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시행사 임원의 횡령과 공무원들의 뇌물 비리, 그리고 문화재 보존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했고 공사 업체는 줄줄이 떠났습니다.

본공사가 지연되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생겼습니다.

레고랜드 진입 교량이 대표적입니다.

시공사 철수로 레고랜드는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레고랜드로 들어가는 교량은 이미 7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며 마무리 단계입니다. 테마파크는 만들지 않고 테마파크로 들어가는 길부터 닦는 기형적인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강원도와 시행사는 일단 외상으로라도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6개월간 외상으로 공사를 벌인 뒤 이후 두 달마다 도유지인 레고랜드 인근 땅을 차례대로 팔아 공사비를 갚기로 했습니다.

[맹성규 / 전 강원도 경제부지사 : 땅이 매각되면 계약금이 들어오고 저희 생각에 이제 착공이 되기 때문에 순조롭게 땅 매각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고.]

하지만 우려가 큽니다.

도유지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강원도의회 동의를 얻는 것이 선결과제.

게다가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고 누구에게 팔지 투명성 확보도 관건입니다.

대규모 외자 유치 사업으로 과시했던 레고랜드 조성 사업.

말 많고 탈 많던 공사를 이제야 시작하게 됐지만, 착공 후 공사비를 확보해야 하는 불안한 사업구조에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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