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자금을 대표 개인 계좌로?'...커지는 보물선 의혹

단독 '투자금을 대표 개인 계좌로?'...커지는 보물선 의혹

2018.08.02. 오전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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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전함 돈스코이를 둘러싼 보물선 사기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거액의 돈을 신일 그룹 대표의 개인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신일 그룹은 보물선만 인양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꾀었는데, 경찰은 돈을 목적으로 사기를 벌인 게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서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58살 김 모 씨는 최근 보물선과 연계된 가상화폐인 신일 골드코인을 5백만 원어치나 샀습니다.

150조 원짜리 금괴가 실린 돈스코이호만 물 위로 올리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을 믿고는 별 의심 없이 대표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투자자 김 모 씨 : 두세 시간 만에 코인이 들어오더라고요. 실체는 없죠. 그냥 인터넷상에….]

투자금이 커지자 김 씨는 이사로 불렸고, 순금 배지와 명함, 임명장까지 배달됐습니다.

'알짜 투자'라는 생각에 지인에게도 추천했는데, 그럴 때마다 상장가 만 원이라는 코인이 하나씩 충전됐습니다.

불길한 생각이 든 건 사기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중순쯤, 투자금을 대표의 개인 통장으로 송금한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신일 그룹 전 대표인 유병기 씨는 지난달 초 사기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태.

김 씨는 사기를 의심하고 뒤늦게 환불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투자자 김 모 씨 : 25일 후에 준다고 했는데 믿지 않습니다. 보물선이라더니 지금은 침몰선이라고 표현하고 모든 것이 믿음이 안 갑니다.]

YTN 취재진이 접촉한 투자자 대부분도 유 전 대표의 개인계좌로 투자금을 보냈다며, 불안함을 호소했습니다.

[투자자 A 씨 : 대표라던데. (유병기 씨요?) 네. (유병기 씨 통장으로 보내신 거예요?) 네.]

[투자자 B 씨 : 이게 지금 잘못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니까 뺄 수 있으면 빼달라 얘기한 상태예요.]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인증받지 않은 가상화폐 투자금을, 그것도 대표 개인 계좌로 받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다단계 사기나 유사수신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김지예 /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 : 계좌가 대표 개인 계좌라면 한번 의심을 하고… 꼬리 자르기를 위해 개인계좌로 돈을 받고 나중에는 회사 자체는 책임 회피하는 (수법이 빈번하거든요.)]

실제 신일 골드코인은 투자자를 모집할수록 본부장과 이사 등 직급이 올라가는 구조인데, 투자금을 내지도 않고 수익을 올렸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투자 관계자 C 씨 : 등록만 해서 자격을 얻으면 뭐 어느 정도 주고, 투자를 안 해도 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신일 그룹 측이 돈스코이호 인양을 광고하며 모은 투자금은 5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신일 그룹 관계자의 개인계좌로 투자금을 챙겼다면, 처음부터 돈을 노린 계획적인 사기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돈스코이호 탐사와 인양 비용 역시 이 투자금에서 불법적으로 건네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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