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프로 냄새가 난다"...어이없는 의인 심사

단독 "프로 냄새가 난다"...어이없는 의인 심사

2017.04.23. 오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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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주 뺑소니 차량을 추격하다가 사고가 나 장애까지 생기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던 의인이 주변의 권유로 정부에 의사상자 신청을 했지만 결국 탈락했습니다.

의인이 받은 경찰청장 표창도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요.

알고 봤더니 이유가 황당했습니다.

YTN이 당시 정부 회의록을 입수했는데 프로냄새가 난다며 사기꾼 취급을 하는가 하면, 위험을 자초했다는 등의 어이없는 이유를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직 택시기사 김지욱 씨는 매일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김지욱(가명) / 전직 택시기사, 의상자 불인정 피해자 : 이게 원래 한 알을 먹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아파서 네 알씩 먹거든요.]

지난 2012년 당한 교통사고로 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매 순간 지독한 통증이 김 씨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 씨는 음주 뺑소니 차량을 뒤쫓다가 도로 옆 공중전화 부스와 가로등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김지욱(가명) / 전직 택시기사, 의상자 불인정 피해자 : 처음에는 (목 척수에) 쇠를 6개를 박았는데 두 번째 수술할 때 6개를 더 박아서 12개가 된 거예요. 하늘을 못 보고 땅을 못 본다는 거죠.]

선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은 남았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생업도 이어가지 못하다 보니 극심한 생활고가 겹쳐졌습니다.

이때 김 씨의 지인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사상자 제도를 소개해줬고, 김 씨는 신청에 나섰습니다.

[김지욱(가명) / 전직 택시기사, 의상자 불인정 피해자 : (지인이) 의사상자를 (신청)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상자가 뭐예요?' 그러니까 좋은 일 하다가 다친 사람이 있으면 나라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해서….]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 씨는 심사를 맡은 보건복지부 의사상자 심사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심사위원회의 회의 내용은 믿기 힘들 만큼 어이가 없습니다

김 씨에게서 프로 냄새가 난다며 사실상 사기꾼으로 몰아갔고, 위험을 김 씨 본인이 자초했다는 평가까지 담겨 있습니다

결국 김 씨가 의상자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내 1,2심 모두 이겼지만, 보건복지부는 3심까지 법정 다툼을 끌고 갔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저희들이 봤을 때 무리한 추격이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예우할만한 것이냐 이런 걸 봐야 하거든요.]

최종 승소 판결이 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타인을 위한 의로운 행동을 기리겠다며 제도를 만든 정부가 오히려 의인을 궁지로 내몬 셈입니다

김 씨는 어려운 길을 돌고 돌아 다시 보건복지부의 등급 심사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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